‘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2012년 이전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사랑’의 정의였다. 사랑은 이성 간에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일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2012년에 국제앰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와 경희대 학생들은 이성애 중심적인 단어를 개정해달라고 국립국어원에 요청하였다. ‘사랑, 애인, 연애’ 등의 뜻풀이가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는 이유에서다. 녹색당 또한 이 캠페인에 이름을 함께 했고, 당원들이 단어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였다. 2012년 11월 20일에 국립국어원은 요구를 받아들여 ‘사랑’의 뜻을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는 마음’로 바꾸었다.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지난 1월 국립국어원은 ‘사랑’의 뜻을 다시 이성애 중심적인 정의로 되돌렸다. 개정 직후 조선일보, 교수신문 등 일부 언론이 비판을 가했고, 보수 기독교계가 지난 1년간 국립국어원에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국어원은 재변경 이유로 “한쪽에서 보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전형적인 쪽을 기준으로 바꾼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이 같은 해명은 옳지 않다.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는 정의는 중립적인 표현이다. 어느 곳에도 동성애를 떠오르게 할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보수 언론과 기독교계의 압력때문에 국립국어원 스스로 개정했던 단어를 다시 성소수자에 차별적인 용어로 되돌린 것이다.
국어사전에 성소수자의 사랑을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은 말로 정의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다만 국어사전의 정의가 소수자를 차별하는 쪽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기독교계와 그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국립국어원에 더 이상의 차별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동성애를 옹호하고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마음껏 사랑하도록 내버려두시라.
2014년 3월 31일
청년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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