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보고2016.07.29 18:23

세월호 북콘서트 <다시 봄이 올 거예요> 후기

: 김소라 당원

사진: 권영은 당원


이 책은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보내온 2년에 대한 기록이다.

'애들, 학생, 누군가의 자식, 어린 피해자'로만 존재해왔던 '사회적 10'들은

세월호참사가 빚어낸 시간들을 각자 조금씩 다르게 겪어냈다.

기억과도 싸우고 망각과도 싸웠으며, 무뎌지기를 바라면서도 무뎌짐에 미안해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또 누군가를 맞이하기도 했다.

세월호에만 빠져 있을 수도 세월호를 등질 수도 없는 시간들 속에서

이들은 주저앉기도 하고 기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지점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면서도

결코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각각의 세계와 빛깔을 품고 있었다.

-여는 글 중

 

지난 79일 토요일 오후 3,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문화카페 길'에서 '세월호 북콘서트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열렸습니다. 청년녹색당, 청소년녹색당, 그리고 416용산지킴이(416연대 용산지역모임)가 공동주최한 북콘서트입니다. 구의역 사고와 같이 '변주된 세월호'를 계속해서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세월호를 기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인권활동가 김덕진님의 사회를 바탕으로, 1부는 세월호 희생자 최윤민 학생의 언니 최윤아님과 416대학생연대 준비위원장 장은하님이 이야기손님으로 와주셨습니다. 2부는 하늘소년 김영준님의 흥겨운 노래로 채워졌습니다. 재치 넘치는 덕진님이 사회를 맡아주시니 분위기 걱정은 하지도 않았지만, 과연 행사는 밝고 힘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유쾌한 윤아님, 은하님, 그리고 영준님 덕분입니다.


출판사 창비에서 사전 구매한 책 20부는 행사 당일 완판되었고(<다시 봄이 올 거예요>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참사의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익적 활동에 기부됩니다), 행사후원금 등으로 발생한 소액의 수익금은 북콘서트 기획단의 의견에 따라 '밥통'에 전달했습니다. '밥통'은 길 위에서 싸우는 사람들과 밥 한 끼 나누며 다른 세상을 꿈꾸는 협동조합으로,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의 식사를 지원해주시기로 한 고마운 분들입니다.

 


세월호 관련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면, 윤아님의 그림과 '광화문 스케치북 퍼포먼스'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북콘서트에서 윤아님이 스케치북 퍼포먼스를 하게 된 계기와 그림에 담긴 이야기 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들은 언론에 반복적으로 시달린 이후 전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얼굴이 나오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윤아님은 그러한 형제자매들의 목소리들을 스케치북으로 모아 영상을 만들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모여서 퍼포먼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사고 이후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어떤 말도 하지 못하다가, 핸드폰 화면 속 동생을 쓰다듬었고, 핸드폰으로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감정 분출구처럼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윤아님이 그리는 동생 윤민양의 그림에는 얼굴이 비어있는데, 그 이유는 어떤 표정을 그려야 할 지도 모르겠고, 윤민양을 생각하면서 그렸더라도 다른 분들에게는 또 다른 이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다고 덧붙여주셨습니다. 윤아님의 그림이 국내에서는 전시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콘서트 기획단은 기회가 된다면 윤아님의 그림 전시를 계획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416 대학생연대에서 활동하기 전까지 그저 평범하게 시 쓰는 대학생이었다는 은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20144월 이전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기자라는 꿈을 품고 대학교에 갓 입학한 저는, 416일 이후 언론과 사회에 끔찍한 절망을 느끼며 그 꿈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교복을 입고 있을 때에는 몰랐던, 어른들이 가르쳐 주지 않은 것들은 내가 직접 보고 듣자고 다짐했습니다. 무작정 현장을 찾곤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회 구석구석 곪아있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터져버린 사건이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던 저마저도 느꼈나 봅니다. 그렇게 '평범했던' 은하님도, 저도, 삶이 한 순간에 바뀌어버렸습니다.

 


"사진으로만 봤겠지. 그냥 사진 몇 장만으로. 희생자의 이름, 직업, 발견 시각, 발견 장소, 그게 당신이 아는 전부겠지만, 난 아니야. 며칠 전만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었는데. 날 위로해주고, 웃어주고, 착하고, 그냥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인상 깊게 본 드라마 '시그널'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한 형사가 한 말입니다.

 

생존학생과 희생자의 형제자매는 세상이 부여한 '유가족' '생존학생'이라는 이름에 몸서리치다가도 이를 기꺼이 짊어지고 목소리를 모아주셨습니다. 배가 침몰하던 그 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언니, 오빠, 동생의 이야기를 담아주었습니다. 2년 간 통과해온 슬픔을 그리고 분노를 세상에 내보였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용기 덕분에 2014416일을 더욱 단단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체사진)


북콘서트에 윤아님이 이야기손님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작가기록단 유해정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공유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해정님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집필 당시 윤아님의 이야기를 직접 담은 분입니다.

 

'우리 여기 있다' 힘차게 외쳐줘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대변하는 용기를 보여줘서 당신의 눈으로 잠시라도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당당해보이는 당신인데 문득문득 너무 힘겹게 서있는 건 아닌지 슬픈 바람이 스칩니다. 윤아님이 기억하는 시간보다 많이 짧겠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는 내내 윤민이도 함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간들에 감사하며 조만간 치맥먹어요. from 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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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년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