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016.05.18 18:00


Je Suis Vegan

우리도 채식주의자입니다

- <채식주의자> 발간 10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

 

 

 2007년 출간된 한강 작가의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가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게 되었다. 잠잠하던 한국 문학계가 들뜨게 되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다시 한 번 펼치게 될 것이고, 몰랐던 이들에게까지 이 책은 읽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읽을까?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이유모를 꿈을 꾸고 나서 강박적인 채식을 하게 된다. 그녀의 동기야 어쨌든, ‘채식주의자가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채식이라는 다름에 대한 사람들의 알레르기성 반응을 읽어낼 수 있다. 채식주의자 영혜를 대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폭력성은 속속들이, 다양하게도 폭력적이다.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영혜에게 그러니까, 채식주의자시군요?”하고 되묻는 사장의 태도는 어떤가. ‘고기를 안 먹는다는 표현을 굳이 채식주의자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역시 육식하는 이, 혹은 잡식하는 이가 주체가 되는 표현법이다. “육식은 본능이고 채식이란 본능을 거스르는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지않다며 본능을 제가 알고 싶은 대로 정의하는 이 태도는? 이 모임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하고 편협한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는지 보여준다.

 

 작품에서는 단지 채식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한 개인이 얼마나 사회에서 어긋나고 튕겨나가지는 존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에 통용되는, 통용된다기보다 의심하지 않고 맹신되는 가치를 비껴가는 존재에 대하여 경기를 일으킬 만큼 두려워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영혜를 뺀 모두가 그렇다. 영혜의 채식이라는 사건에 대한 그들의 농담, 회유, 질책, 비난, 윽박지름은 전부 폭력으로 명명될 수 있다. 그들은 왜, 타인의 식성에 화가 나는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왜 이상하다고 여기며, 무엇을 교정하려 드는가. 나와 다른 주의를 가진(채식) 단 한 명(소수자)이 뭐가 그렇게 무서울까.

 

 영혜가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채식을 주장하고 난 뒤의 모습에서도 상호 간 소통에의 노력, 이타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급변한 그녀로 당황했을 정상적인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피가 흐르는 시뻘건 고깃덩이와 나인지 아닌지 모를 얼굴, 그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로 잘 먹던 고기를 끊는다니 어쩌면 정말로 미친 것일지도. 그러나 그녀가 미쳤다고 해서 누구도 그녀의 입에 억지로 고기를 밀어 넣을 수는 없다. 그녀를 조롱하고 농담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타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과, 나와 다른 것을 타자로 몰고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후자는 억압이고, 다른 이름은 폭력이다.

 

 <채식주의자>의 영혜가 지니는 소수자적 특징은 채식과 더불어 토플리스도 있다. 그녀는 부부 동반 모임에도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나가며, 결말 부분에서는 병원 밖 벤치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햇볕을 쬐기도 한다. 영혜의 남편인 는 그녀가, 그녀와 함께 하는 자신이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영혜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그녀의 젖꼭지가 비칠 때마다 그는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영혜의 그런 특징은 채식과 더불어 여성의 몸에 대한 이 시대와 사회의 억압에 대해 말한다. 여성의 몸에 예의, 단정, 그 밖의 별별 단어를 붙여가며 억압과 폭력을 자연스러운 것취급하는 이들의 반응을, 토플리스 차림의 영혜에게 보이는 남편 의 태도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볼까. 그녀는 누구도 해친 적이 없다. 오히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중이다. 피 흘리는 고깃덩이가 될 것들, 그리고 그녀 자신의 몸에게.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한다. 다만 우리는 이 작품이 충격적이고 서늘한 만큼 부끄러울 필요도 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사진을 올린 연예인을 비난하고, 채식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면박을 당하는, 우린 아직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2007년의 이 작품에서 묘사된 우리 사회는 소수자와 타자에게 편협하고 폭력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리 다르지 않다. 여전히 작품 속 영혜를 이해치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그 전과는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알게 될 것이다. 누가 추악한지. 우리는 언제까지 오만하게도 영혜의 입에 고기를 밀어 넣고, 영혜의 벗은 젖가슴을 천 쪼가리로 가리려 애쓸 것인가.


2016년 5월 18일

청년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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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년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