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016.03.20 09:57

서강대 교수의 성소수자 모임 현수막 훼손, 찢긴 것은 사랑이다.





 희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서강대 퀴어자치연대 ‘춤추는Q’가 게시한 현수막이 대학 교수의 손에 떼어진 것이다. 해당 교수는 현수막이 무단으로 게시된 줄 알았으며, 훼손에 대한 항의는 모임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무단으로 게시된 것이든 아니든 권한도 없는 교수가 확실한 근거도 없이 현수막을 훼손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현수막 훼손에 대한 춤추는Q의 항의를 “소음(노이즈)”으로 치부하는 서강대 교수의 인권감수성이다. 그에게 성소수자의 외침은 소음이고, 현수막을 내건 대학생들은 소음으로 이익을 챙기는 소인배들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다.

 춤추는Q는 해당 교수를 고소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교수의 반응은 게시한 학생들에게 따로 사과하겠다는 것으로 끝이었다. 이 사건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단지 게시한 당사자들뿐만이 아니다. 그가 떼어내 짓이긴 것은 현수막이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사랑이고, 더 나아가 자치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대학 청년들의 마음이다. 이런 문제를 당사자들에게만 사과하겠다는 그의 태도에 대해 피해자들은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당국도 이 사건을 외면할 순 없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성소수자 현수막 훼손은 서강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수막 훼손의 본질은 성소수자 혐오다. 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공공연히 발생한다면 혐오를 방기하는 사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교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서 학교 당국은 당연히 책임이 있다. 학교 당국은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안전하게 연구나 학업,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학 성소수자 모임에서 건 현수막 자보에 대한 '테러'가 매년 반복되어져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엄연히 범죄이며 소수자를 억압하는 폭력이다. 학교당국은 성소수자 대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제약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

 같은 성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여성(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 있다. 성기 형태가 특이한 사람들도 있으며, 성별로 본인을 구획 짓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양태에 속하건 우린 모두 무언가를 사랑하는 존재며 그 사랑으로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특이한 개인들이라는 것이다. 나에 대한 사랑, 우리 중 어느 누군가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대학 성소수자 모임이 내건 현수막이 얼마나 절박하고, 가슴 뛴 ‘사랑’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인지 느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현수막을 훼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현수막이 학교의 허락을 받았냐 안 받았냐의 문제를 떠나, 교수 본인의 인권 감수성을 돌아봐야 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가 그런 행동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었던 현재의 사회, 작금의 성소수자 혐오를 가능케 한 '우리들'의 인권감수성을 우리 모두 돌아봐야 할 것이다.

청년녹색당은 하루 빨리 공개적인 사과가 이뤄지고 학교 당국의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길 강력히 촉구한다. 나아가 춤추는Q의 찢긴 사랑이 다시금 봉합되어 서강대에 다양한 사랑의 씨앗들이 싹트고, 변화의 씨앗들이 퍼져 한국사회에도 사랑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2016년 3월 18

청년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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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년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