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015.07.28 17:57

<메르스 종식 선언에 즈음하여>

청년녹색당 이도연 운영위원


이제 메르스는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따라 여기저기서 이번 사태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고, 진단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습니다.


진단과 대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체계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질병관리본부장이 실장급이라서 충분히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 병원의 문화가 문제라는 이야기도 하고, 의료쇼핑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하고, 질병관리본부에 역학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특히 소통과 정보의 투명성 문제를 많이 지적하고 있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종합해서 보면,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원칙에 잘 따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의 법률에서는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정하고 있고, 정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어떤 방역조치와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다 지정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 계획 2013-2017이 이미 나와 있고,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시의 매뉴얼도 이미 다 있습니다. 사실 매뉴얼대로만 잘 따라했어도 메르스 위험국가라는 오명까지는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매뉴얼이 잘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매뉴얼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감염병 관리의 기본 방침


가. 단계별 국가 방역대책을 수립하여 상황발생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적절하고 신속하게 방역대책을 추진


나. 전국 공항․항만·육로검역소를 통해 국내 입국자에 대한 검역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발생에 대비하여 주요 의료기관, 민간자문기관 등을 통해 조기경보 체계 구축


다. 평시 국내․외 감염병 발생 동향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가동하고, 위기상황 발생시 즉각적으로 방역대책을 추진하여 추가 확산을 조기에 차단


라.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기발생 이전부터 격리병원 확보, 방역 비축물자 관리 등 국가방역 인프라 구축


마. 전국 방역기관(질병관리본부, 16개 시․도 및 253개 보건소, 13개 검역소) 및 관련기관에서 범정부적 대책기구 설치․운영 등을 통한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


바. 위기발생시 방역요원 부족에 대비하여 대체인력 확보계획을 마련하고 즉각적인 현장투입을 위한 사전교육 시행


사. 위기상황 발생시 부서간 공조 강화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체 다양화․신속화로 대국민 소통 강화


매뉴얼대로만 했으면 아마 초기 방역은 성공적이었을 것입니다. 정부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 및 감시체계를 잘 가동하지 않았고, 국가 방역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전국 방역기관 간에 긴밀한 협조체계가 구축되기는커녕 지자체별로 알아서 방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대체인력 확보가 되지 않아서 의료인들이 격리대상이 되면서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인력보충이 되지 않으며, 대국민 소통을 하기 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정부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왜 매뉴얼대로 시행하지 않았을까요? 감염병 조기 방역을 위해서는 정보를 공개하고 이 상황을 문제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메르스의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국민의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종 감염병 발생과 같은 위기상황은 항상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어떻게 전파될지, 사람들에게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이 중요합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초기방역에 실패한 것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뉴얼을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인해 드러났습니다. 이런 일이 생긴 원인을 잘 진단해야 할 것이고,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시기부터 종결되는 시기까지 정부의 행동을 하나하나 평가를 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서 고쳐야 합니다. 평가하는 과정은 정부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됩니다. 잘못을 한 주체가 스스로 평가를 했을 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작년에도 경험했습니다. 이 평가 과정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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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년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