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014.05.11 17:27

 MBC ‘분노와 슬픔을 넘어’ 보도에 대한 입장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와 해경 못지않게 언론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일 새벽, 유족들이 청와대에 가기 전에 KBS에 항의방문을 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월호 보도에서 방송사가 보여준 정부 편들기와 수많은 오보로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분노와 슬픔을 넘어’는 MBC가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냈다. 이 보도에서 박상후 전국부장은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유족을 포함한 시민들의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가져왔다는 투로 말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재난 사태에서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비난했다.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됐고 대륙전역이 ‘힘내라 중국’, ‘중국을 사랑한다’는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습니다. 동일본 사태를 겪은 일본인들은 가눌 수 없는 슬픔을 '혼네' 즉 속마음에 깊이 감추고 ‘다테마에’ 즉 외면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습니다.”


보도의 마지막 부분에는 시민들에게 하는 충고를 덧붙였다. “어린 넋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크나큰 슬픔은 누구라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참사를 불러온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개조해야 될 지 고민할 때입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선동되는 미개한 시민들과 유족들.’ 많이 들어본 수사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에게서 들었고, ‘일베’라는 극우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에서 읽었다. 이처럼 인간의 죽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시각이 MBC의 이번 보도에도 스며있었다. 1980년대에도 방송사는 전두환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땡전뉴스’로 비판을 받았다. 21세기 한국의 시민은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방송, 정부 편만 드는 방송, 시민들의 감정과 동떨어진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 세월호 국면에서 치솟은 jtbc <뉴스9>의 시청률과 바닥으로 떨어진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이를 보여준다.


부모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시신이라도 수습하기위해 조급해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누구도 이를 비판하고 충고할 자격은 없다. 또한 언론은 가장 약한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MBC의 이번 보도는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약하며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를 꾸짖었고, 가장 강하고 책임이 큰 정부를 비판하는 데 소홀히 했다. 조급증은 유족과 시민에 있지 않고 이 사건을 빨리 덮으려는 정부와 그에 동조하는 언론사들에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도행태를 총체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MBC를 포함한 언론사의 구성원들은 ‘기레기’소리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2014년 5월 11일 

청년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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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년 녹색당